[KJA 뉴스통신=이기원 기자]
전남경찰이 타 기관에 의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경찰기록이 왜곡·조작된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전투기 폭격설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5월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기록 조작’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진상규명에도 난항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단체 등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과 경찰, 시민 등의 양심적 증언과 제보만이 5·18 진상규명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11일 전남지방경찰청(청장 강성복)이 발표한 ‘경찰관 증언과 자료를 중심으로 한-5·18민주화운동 과정 전남경찰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민이 먼저 경찰서 무기고를 탈취해 총을 겨눠 자위권을 발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신군부가 근거로 삼고 있는 ‘전남도경 상황일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경 상황일지’는 시민에 의한 총기피탈 사건이 도청 앞 집단발포가 일어나기 전인 1980년 5월21일 오전 8시, 9시 두차례 나주 반남지서와 남평지서에서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반남지서에서 총기 피탈은 없었다. 전남경찰은 내부 문건 작성 시 ‘전남경찰국’이라고 표기해왔으나 이 문건은 ‘전남도경’이라는 표현을 썼고 경찰은 표지 밑에 문건을 작성한 주체를 적지만 이 문건은 없다.
또 경찰을 표현하는 한자도 ‘경계할 경’(警)을 써야하지만 ‘공경할 경’(敬)으로 잘못 적혀 있다.<사진> 특히 당시 경찰은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나 문건에는 ‘경찰 장갑차 4대’라는 군 용어식 표현이 기록돼 있다.
문건명과 내용이 다른 점도 성급히 문건을 조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상황일지는 대개 수기로 작성하지만 ‘전남도경 상황일지’는 타자기로 작성됐고, 글꼴도 당시 경찰이 쓰던 것이 아니었다는 게 전남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에 미뤄 1988년 국회 5·18 청문회를 앞두고 군 내부에 설치된 ‘511분석반’이 조작을 주도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511분석반’은 보안사가 주도하고 국방부·육본·합참·한국국방연구원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20여명 규모의 비공개 조직이다. 광주에 투입됐던 7·11공수여단 전투상보, 육군본부·전투교육사령부·31사단 상황일지의 도청 앞 집단발포 누락과 21일 오후 4시 이후에 진행된 계엄군의 도청 철수를 집단 발포 전인 21일 낮 12시로 기록하고 있는 경찰의 진상보고도 511분석반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당시 근무자 중 일부는 5·18 직후 보안사로부터 ’평생 함구하라’는 협박성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면서 “일부 증언자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주라고 하는 등 아직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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