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A뉴스통신] 이기원 기자=
늘 世俗(세속)에선 배운자들의 비아냥은 있었다. ‘배운 놈이 더 한다’, ‘아는 놈이 더 한다’, ‘먹물’ 등의 수많은 識者(식자)들과 기득권에 대한 비난은 이어져왔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의 법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들이 과연 이시대의 識者(식자)이며 리더들이었나 하는 심정이 痛嘆(통탄)스럽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꾸라지’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지난 주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기춘이 누구던가! 육영수 여사의 저격범인 문세광을 ‘남자답게’란 표현으로 결국 자백을 이끌어내 박정희 대통령의 눈에 들고, 초원복집의 ‘우리가 남이가’를 통한 공작정치로 법무부 장관과 3선의 국회의원을 거친, 정권의 정점에서 기득권을 반평생 누려온 인사였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일 이전에 이 나라의 검사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후배들에 의해 차디찬 수갑을 찬 채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隔世之感(격세지감)이란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나 그의 작금의 모습은 추악한 늙은 노인으로 보인다.
조윤선 전 장관 또한 내놓으라는 집안에서 부러움 없이 자랐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대학을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해 최고의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선 ‘여성 최초’라는 갖가지 타이틀이 붙으며 한때 이 나라 여성들이 선망하는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율사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법이 정한 형법에 따라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더구나 이들이 구속에 이르기까지 국정조사에서 행한 위선적 행위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했었으며, 이들의 구속에 막혔던 가슴 한쪽이 뚫리는 느낌을 받은 이들이 아주 많았을 것이다. 통쾌했을 것이다. 그토록 법망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이 우리나라의 법을 수호하는 율사들이기에 국민적 반감이 더 컸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김기춘, 조윤선은 결국 법의 준엄한 판단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이 보여준 준엄함을 경건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이 국정농단 사건은 법의 잣대로 평가되기 전에 이런 농단이 부끄러운 일이며 스스로의 무능에 자책하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곧 모든 것이 밝혀지겠지만 국정 농단을 당했던 당하지 않았던 지도자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스스로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또한 국민에게 밝혔듯 특검과 검찰수사에 응해야 했다.
염치를 알아야 한다. 즉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게 파렴치다. 잘 아는 법의 맹점을 앞세워 진실을 가리려는 것은 이 시대 리더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대를 위해 고민해온 수많은 지식인들과 세상을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층이 존경 받는 세상이 되어지는 날이 머지않길 바래본다.
‘처녀가 손도 안 잡았는데 어찌 애는 뱄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