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촌 철거반원 4명 살해 혐의 사형… 34년만에 광주서 첫 진혼제 열려
김상집 5·18공법단체 추진위원장 의혹·진상 ‘재조명’… 덕산골 답사
무허가촌 철거 과정에서 철거반원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당한 ‘무등산 타잔’ 박흥숙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가 23일 광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은 이날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지난 1977년 4월21일 무등산 덕산골 무허가촌에서 철거반원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사형당한 박흥숙씨의 진혼제를 열었다.
박씨의 진혼제는 그가 1980년 사형 집행을 받은 지 광주에서 34년 만에 처음 마련됐다. 이날 진혼제는 박씨와 3개월 간 교소도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조봉훈씨의 사회에 따라 추모사, 사건의 진실과 의미 발표, 추모시 낭독, 진혼굿 순으로 진행됐다.
조씨는 지난 1977년 4월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한 혐의로 수감돼 독방에서 지내던 중 옆방에 들어온 박씨와 인연을 맺었다.
조씨와 주최 측은 국가가 만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신문고를 울렸던 박흥숙 사건을 재조명하고 박씨뿐 아니라 희생당한 철거반원들의 넋도 함께 위로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신언론이 왜곡한 박흥숙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르포를 취재했던 김상집 5·18공법단체 추진위원장이 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혹을 재조명했다.
김 위원장은 사건 초기엔 무당골 주민들이 철거반을 습격했다고 보도됐으나 박흥숙씨가 자수한 후 혼자서 철거반원을 죽인 걸로 둔갑했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유신정권 말기에 철거민들이 집단으로 철거반원들을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곳에서 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었다”며 “박씨가 자수하는 순간 박씨를 무등산 타잔으로 몰아 민란이 아닌 개인 사건으로 축소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건이 민란인지, 아닌지를 가리려면 철거민들의 증언이 나와야 하는데 철거민들은 입을 다물었다”며 “철거반장이 살아 있다면 만나서 증언을 들어야 하고 박씨가 형을 집행당했을 때 진술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혼제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희망자에 한해 무등산 덕산골을 답사했다. 한편 1977년 당시 박씨 가족은 철거반으로부터 몇 차례의 계고장을 받았고 예정된 날 철거반이 들이닥치자 가재도구를 꺼내며 철거에 응했다.
하지만 철거반원들이 집에 불을 질러 박씨의 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철거민들이 피해를 당했고 이를 보고 분노한 박씨가 무술 유단자 등이 포함된 철거반원 4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뒤 이틀 만에 자수, 3년 복역 후 사형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전남도민일보/김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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