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송정역과 광주역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도약의 기회를 얻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은 쇠퇴의 길을 빠르게 걷고 있다. 개통된 지 한 달이 갓 지난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역 대합실.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용객 30여 명은 대합실에 앉을 자리가 없어 KTX 역사관과 탑승구 등지에 서 있기 일쑤였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송정역을 이용한 승객은 44만94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만7435명이나 증가했다. 송정역사 인근 상가도 KTX 개통 전보다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주변 상인들은 4월 중순께부터 매출이 5~20%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용객이 늘면서 광주와 전남의 관광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청산도 예약하신 분”이라는 여행사 직원의 목소리가 대합실에 울려 퍼지는가 하면 역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관광·상권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비좁은 송정역사와 편의시설 부족, 주차대란 등은 문제시되고 있다. 주차장 부지 부족으로 주말과 송정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역 주변 주택가와 상가에는 불법 주정차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택시 승강장이 역사 반대편에 있어 양쪽 차선에 길게 늘어선 택시와 차량들로 교통 혼잡이 지속되고 있다.
도시 반대편, 광주역은 상황이 정반대다. KTX 진입이 끊긴 뒤로 이용객들이 가파르게 줄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광주역에는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4만9671명이 오갔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13만1350명이나 줄어든 셈이다. 같은 날 광주역사에는 10여 명의 승객들이 대합실을 지키고 있을 뿐 적막감이 맴돌았다. 오후 9시께부터는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다 잠을 자기도 했다.
광주역 한 직원은 “철도경찰이 철수하면서 매일 술에 취해 역을 찾는 노숙자 10여 명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며 “지난달 말에는 한 노숙자가 행패를 부리다 유리창을 깨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밤 11시 무렵에는 24시 편의점만 외롭게 불을 밝힐 뿐, 자정이 넘도록 인파로 넘쳐나던 옛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탑승구와 연결된 자전거 주차장 시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광주역 직원은 근무자 수가 줄어 야간에 혼자 근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KTX가 진입될 때는 50m 이상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던 택시도 이날 승강장에 고작 3~5대만 정차돼 있었다. 상권은 붕괴 직전이다. 주변 20여 곳의 상가 중 5곳이 이미 폐업했으며 10여 곳은 개점 휴업 상태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역내 7개 상점도 코레일 직영 2곳을 제외하고는 폐업이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상인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서대춘 광주역 주변 상인회 부회장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인들은 광주시 관계자들과 두 달째 면담을 하고 있지만 시에서는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가 코레일 등과 협의를 통해 익산을 오가는 KTX 9대를 광주역으로 다니게 해주든지 상권활성화를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광주역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계획’ 용역을 발주했으며, 광주역 폐쇄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코레일과 협의를 통해 송정역 부지 증축과 부족한 주차장을 증축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광주역 존폐 여부와 송정역사 주차장 부족 등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일보/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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