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체험학습 문화축제 '제1회 대한민국 어울림축전'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동안 여수엑스포에서 열렸다.
20일 장애인의 날,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장애인식 개선과 통합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만채) 주관, 교육부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국 특수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유·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10만명 가량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첫날 개막식에서는 장만채 교육감을 비롯해 김재춘 교육부 차관,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 국회 김성곤 의원, 전국 시도교육감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저녁에는 만찬과 더불어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정보교류와 친선을 위한 '시·도 교류회'도 가졌다.
장 교육감은 개막식 축사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참여하는 과학 중심 체험활동으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모든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학생, 가족 단위 관람객 10만명, 행사 전반 위탁 않고 직접 기획·운영
전남교육청은 이번 축전에 학생과 교직원, 가족 단위 관람객 10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했다. 장애학생들의 참여율도 약 15% 이를 정도로 높았다.
특히 이번 축전의 전반적인 기획과 운영을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전남교육청이 도맡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부스가 학생과 교사, 특수·과학 교과연구회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됐다. 연인원 기준 진행요원 2천명, 학생도우미 1천8백명이 무보수로 행사를 지원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를 위해 행사 진행요원과 도우미로 활동하는 학생 및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연수를 지역별로 실시하기도 했다. 교육 내용은 행사 운영보다는 어울림의 의미를 살려 장애 이해 교육에 중점을 뒀다.
■ "장애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연스레 배려 배운 것 같아"
'특별한 초대, 과학으로의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전에서는 특수교육, 과학 등과 관련된 다채로운 내용의 15개 주제관, 200개 부스, 213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부스 가운데 순천 선혜학교 학생들이 운영한 '두발로 만드는 친환경 솜사탕' 부스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이 부스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4명이 함께 4인용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려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솜사탕을 만드는 체험을 제공한다.
진성여고 1학년 김가희 학생은 "장애학생들과 자전거 페달을 함께 굴리면서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배려를 배운 것 같다"며 "의미있는 체험을 마치고 솜사탕까지 받아 신난다"고 즐거워했다.
동티모르에서 온 교사들의 '꼬마 전동기로 놀자' 부스도 의미 있는 부스로 평가됐다. 이 부스를 지원하고 있는 전국과학교사협회 소속 김홍석 교사는 "지난 2007년 한국의 과학교사들이 교육봉사의 일환으로 동티모르 교사들과 함께 실험연수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동티모르 과학교육에 도움을 줬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동티모르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림축전의 의미와 취지에 공감하면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고로 손가락 모형 만들기 프로그램과 우리 생활 속 간단한 도구로 에어로켓 만들기, 3D 프린터와 3D펜 체험, 드론을 실제 조종해 보는 프로그램, 가상 파일럿 체험, 스페이스 점핑 체험 등 재미있는 과학체험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200개 대부분의 부스가 축전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성황을 이뤘다.
축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여수고등학교 2학년 김대현 학생은 "사람들이 별로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축전에 참여해 놀랐다"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도와주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 세월호 추모의 장도 마련, 2만개 리본 팽목항으로
행사 기간 내내 본무대에서는 장애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져 관람객들의 호응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덕수학교, 목포인성학교, 충주성심학교, 대구성보학교, 은광학교 등 장애학생들이 난타, 댄스, 마술, 모둠북,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쳤다.
시간대 별로 다양한 주제의 경진대회가 펼쳐진 어울림경연관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팀을 이뤄 에어로켓, 모형 투석기, 진동카 등을 만들어 목표물을 맞히거나 경기를 하는 경연이 특히 인기였다.
서울에서 온 한 학부모는 "많은 축제를 다녔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교육적으로 유익한 체험은 처음이다"며 "더구나 모든 프로그램 부스가 무료로 운영되는 것에 놀랐다"고 전했다.
다른 학부모는 "과학선생님들이 직접 과학 원리를 설명해줘 참여하는 학생들이 학습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축전에서는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축전 참여자들은 노란 리본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적어 줄에 매달았다.
전남교육청은 어울림축전 참여자들의 마음을 담은 2만여개의 추모 리본을 진도 팽목항에 매달 계획이다.
학부모 김현숙(40·여·광주 양동)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7살 아이와 추모 리본에 글을 적어 매달면서 세월호를 설명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나눴다"고 말했다.
■ "어울림축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야"
전남교육청은 이번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을 통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울려 장애와 특수교육을 이해하고 과학을 통해 꿈을 키우며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소통과 협력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나동주 교육진흥과장은 이번 축전에 대해 "장애와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학생들이 과학 체험활동을 통해 꿈을 키우고 끼를 발산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는 통합교육의 장이 되고, 교사들에게는 타 시·도와 교류의 기회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어울림축전의 발전 방향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정민호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이번 행사를 추진하면서 전남 특수교육이 큰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한다"면서 "이 축전을 앞으로 격년제로 계속 어어가겠다"고 밝혔다.
축전을 총괄한 김창윤 장학관은 "이번 제1회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의 주제는 특수교육과 과학의 접목이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주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와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향이라면 한 가지 주제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민과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임즈/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