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짜여진 일상을 벗어나 반별로 자유롭게 테마 소풍을 다녀왔다.
목포 양을산 삼림욕장, 갓바위, 유달산 조각공원, 목포자연사 박물관, 완도 수목원, 장성 축령산, 여수 오동도, 신안 압해도 분재공원, 영암 도기박물관, 변산반도, 왕인박사 유적지, 전북 부안 일대 내소사 등지에서 봄날의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했다.
반 별로 시행된 테마 소풍이기에 소풍 장소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음식 준비, 게임준비, 차량 준비까지 학생 스스로 회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학생들이 소풍을 준비하다보니 미흡한 점도 있었으나 준비과정에서 오히려 학우 간의 정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지난 시절 경제적 이유나 그 밖의 이유로 공부할 기회를 놓친 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학교인데, 이 번 봄 소풍은 주경야독하는 성인학생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영순 씨(58세)는 몇 년 전부터 공부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반대가 심해서 미루고 미루다 올해 드디어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44년 만에 가는 소풍이라 며칠 전부터 잠이 오지 않을 만큼 기대가 되었는데, 갓바위 산을 두 시간 정도 돌고 식사하는 것으로 끝나 좀 서운한 점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과 가운데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학우들과 자연 속에 나가 서로 한 가지씩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즐기니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양길례(65세)씨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문해교육프로그램에서 초등학력을 인정받아 입학했는데 생애 첫소풍을 다녀와서 "참 좋습디다"를 연발했다. "평소에는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한 자라도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공부하는 것이 먼저였는데 이 소풍에서는 평소 친하지 않은 학우들과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1961년 목포인근지역의 불우청소년을 위한 교육에서 출발해, 현재 성인중등교육과정과 문해교육 프로그램으로 평생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2015학년도 본교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4년제 23명, 2년제 116명 총 139명의 졸학생이 대학의 새내기가 되어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고 있다. 한국타임즈/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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