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운남동 주민 30여명은 이틀 동안 바빴다. 쓰레기와 세간으로 꽉 들어찬 한 아파트의 집기 1톤 트럭 2대 분량을 모두 주차장에 꺼낸 뒤, 버릴 것은 버리고 쓸 만한 것들은 깨끗이 닦아 다시 들여놨다. 외롭게 살아가던 한 이웃의 어지럽던 집은 이런 주민들의 노력이 쌓여 삶의 터전으로 점점 모습을 갖춰갔다.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30여명이 1~2일 ‘투게더광산 운남동위원회’ 등의 도움으로 김미라(40, 가명) 씨의 아파트를 새롭게 꾸몄다. 정신질환으로 7개월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을 앞둔 김 씨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2012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김 씨는 수도와 도시가스마저 끊긴 아파트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공중화장실에서 씻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하던 김 씨는 지난해 8월 운남동 주민센터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운남동 주민센터에서는 김 씨에게 긴급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신창사랑병원(대표원장 조성진)의 도움을 받아, 무료 병원입원 치료를 받도록 했다. 최근 병이 어느 정도 나아 퇴원이 가까워지자 운남동 주민센터에서는 그동안 방치돼 있던 김 씨의 아파트를 깨끗하게 단장해주기로 하고, 지역사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먼저 팔을 걷고 나섰다. 여기에 지역 인테리어업체인 ‘궁전장식(대표 윤강미)’은 도배·장판 시공으로 힘을 보탰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조입분(55) 씨는 “우리에게는 쓰레기로 보일지라도, 김 씨에게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봉사에 임했다”며 “물건을 분류하고 다시 수납해야 하는 일이라 힘은 곱절로 들었지만, 기뻐할 김 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일했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퇴원할 김 씨는 지역사회가 새 단장해 준 아파트로 곧 들어간다. 운남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봉사활동을 보면서 이웃과 마을이 우리사회의 희망임을 보았다”며 “김 씨가 외로움을 떨쳐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꾸준히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KJA뉴스통신/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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