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는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외벽 표면 보수공사에 광주시가 대처하는 자세는 참으로 의혹 투성이다. 시공법 선정의 투명성은 고사하고 이를 둘러싼 설명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축행정이 불투명하니 일각에선 업자와의 결탁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시는 최근 월드컵경기장 표면 보수공사와 관련해 시공법 선정의 적정성 등을 재검토하면서도 핵심 사안인 공법 변경 여부는 검토하지도 않았다. 건축현장에 사용된 사례가 없는 도장(塗裝)방식의 토목공법을 적용하는 바람에 월드컵경기장이 심하게 훼손돼 공법을 바꿔야 한다는 건축사 등의 비판 여론을 묵살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사 입찰 당시 시가 제안했던 토목공법을 이용한 공사 면적을 줄이는 대신 발수제 시공의 일반 공법도 함께 사용하겠다고 했다. 공법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시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감사 결과가 토목공법에 유리하게 축소ㆍ왜곡됐다는 점이다. 실제 감사실이 '월드컵경기장이 구조적으로 강도 약화가 의심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토목공법을 이용한 보수가 유리하다고 했지만, 정작 공사담당 부서는 무슨 이유인지 공사 면적을 대폭 줄였다. 구조적인 문제를 운운하며 토목공법을 고집한 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 해명하는 사람이 없다. 공법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과연 광주시가 이렇게 자신의 입맛대로 행정을 펼쳐도 되는 것인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시가 재검토 결과를 내놓는 과정에서 월드컵경기장이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한 것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턱 막힌다. 시 관계자는 "월드컵경기장 같은 대형 건축물의 경우 (페인트)마감재가 비싸서 도장을 하지 않고 노출콘크리트 그 자체로 마감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왜 그럼 월드컵경기장엔 비싼 마감재인 페인트를 칠하려고 하느냐"는 반문엔 묵묵부답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들이 윤장현 시장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고됐다는 얘기가 시청 안팎에서 들린다. 공무원들의 시정 농단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 시민들이야 시청 안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일들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잡음이 새어 나오는 것 자체가 광주시정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윤 시장의 공직자 및 시정 관리 능력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 시장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장 건설 현장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둘러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선 집안 단속이나 잘할 생각부터 하길 바란다. 지에스아이뉴스/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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