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5일 신전면 봉양마을 故박재옥 어르신(여, 102세)의 상가에서 조문을 받던 아들 김준홍(78세)씨는“우리 엄마 땜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친 부모는 아니지만 故박재옥 어르신을 부모로 모시며 낳아 준 부모보다 더 극진히 봉양해, 효행의 본보기가 됐던 터라 그 사정을 아는 이웃들은 손을 꼭 붙잡으며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상을 치른 김준홍, 박영란(79세)씨 부부는 35년 세월을 故박재옥씨를 친어머니처럼 모셨다.
김준홍, 박영란씨 부부와 故박재옥 어르신의 인연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평소 시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박재옥, 김흥붕씨 부부가 해남군 북평면에서 신전면 봉양마을로 이사와 한약방을 열며 인연이 시작됐다. 타향살이에 박재옥씨 부부가 어려움을 겪자 박영란씨 부부가 많은 도움을 건냈다.
한 가족처럼 지내던 터에 1980년경 故박재옥씨의 남편인 김흥붕씨가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자식도 없이 오갈 데 없는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하자 박영란씨는 남편과 상의해 자신들의 아래채를 내어 드리고 박재옥 어르신을 어머니로 모시게 됐다. 故박재옥씨는 김흥붕씨와 사이에 자식을 낳지 못했었다.
박영란씨는 당시 농사를 지으며 3남 3녀를 키우고 큰 며느리로 시부모까지 함께 모시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효심을 다해 시부모와 양어머니를 모셨다.
1989년 시부, 1991년 시모를 떠나보내고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양어머니를 봉양했다. 계절에 따라 부추·쑥 등을 캐와 부침개를 해드리고 삼시 세끼는 꼭 같이 먹었다. 취침에 드시기 전 이부자리와 용변을 살펴드리고 아침에는 빠짐없이 문안인사를 드려 건강을 보살폈다.
효심 가득한 부부는 편한 장례식장을 마다하고 하루라도 더 어머님을 모시고 싶다는 며느리의 애절한 뜻에 따라 집안에 빈소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장지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지만 따뜻하게 모시기 위해 요즘은 보기 힘든 상여까지 준비했다.
뉴스깜/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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