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신속하고 '말'없는 인사는 처음인 것 같다."(광주은행 노조 간부)
"외형보다 내실을, 관행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변화의 바람이 피부 속 깊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광주은행 본점 직원)
광주은행에 '김한 스타일'이 녹아들고 있다.
영업은 공격적으로, 인사는 투명하게, 업무는 효율적으로 한다는 경영철학이 빠른 시간 안에 스며들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평이다.
13년만에 공적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영화된 지 불과 한 달, 민영화 전환 후 첫 행장으로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불어닥친 변화이지만, 울림은 강하다.
변화의 정점은 인사. "조직은 곧 사람"이라던 김 행장은 지점 경영평가와 상향평가가 마무리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부서장과 지점장 인사를 모두 매듭지었다.
한 중견 직원은 "과거에는 2∼3주일 걸리다보니 지점장들이 한 달 가량 일손을 놓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믿거나 말거나식 하마평에다 인사 뒷말도 무성했다"며 "이번 같은 인사는 근래 20여년새 처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외압이나 청탁, 윗선과의 커넥션은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는 게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인사결정 방식. 행장의 의중을 반영해 인사 부서에서 초안을 짠 뒤 행장과 인사 담당 부행장이 최종 결정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소위 '브레인 스토밍'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행장과 감사, 부행장, 부행장보, 본부장 등 임원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승진대상자 한 명 한 명씩에 대해 다면, 다인평가를 동시에 벌였다. 주요 업무성과는 기본이고 경력과 스타일 등이 죄다 테이블위에 올려졌다. '뱅커'로서의 기본적인 품성은 물론이고 술버릇과 장기, 취미 등도 공유됐다.
한 고위 간부는 "지위나 부서를 떠나 임원진 모두가 의견을 내다 보니 개별평가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러다 보니 뒤탈없는 인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그래선지 밀실 인사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귀뜸했다.
취임사를 통해 "조직의 힘은 결국 직원에게서 나온다"는 김 행장의 철학이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일 임원인사에서는 부행장에 자행 출신을 깜짝 발탁했고, 본부장에는 설립 46년 만에 두번째로 여성을 앉혔다.
또 10일에는 민영화 첫 조직개편을 통해 서울에 미니 점포 3곳을 개설하고, 전반적으로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틀을 바꿔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본점 한 직원은 11일 "겉치레나 양(量)보다는 내실과 효율을 꾀하고 인사는 투명하게 하려는 모습이 역력하고, 무엇보다 행장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는 탈(脫) 권위적 자세를 보이는 것 같아 신선하다"며 "여기저기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말했다.
호남일보/정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