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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62년만에 간통죄 폐지
"헌재 판결 위헌 7, 합헌 2... '성도덕 문란, 가족 해체' 의견도"
기사입력  2015/03/02 [13:14] 최종편집    광주전남협회

 

▲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대체로 인권을 존중한 정당한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간통죄 자체가 구시대의 산물이고 시대 변화에 따라 사문화돼 폐지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봤다. 특히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에 대하여 국가가 법으로 개입할 문제가 아닌 당사자간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로 '가족과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가치가 퇴색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섟인 목소리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은 "대립하는 두 가치인 성적 자기결정권과 가정 보호 중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 크게 고려했다"며 "보수주의 이념의 맥락에서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도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경희대 사회학과 송재룡 교수는 "간통죄는 그동안 가부장적인 문화의 전통 속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나 상처를 받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제는 과거와 같이 가부장적 문화권 속에서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손해 받고 불이익을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한편, 간통죄 폐지에 부정적 입장인 최병록 서원대 법학과 교수는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와 함께 간통으로 인한 배우자·가족 유기,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을 사전에 막는 기능을 해왔다"며 "이런 긍정적 기능에도 폐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간통죄를 없애면서 이로 인해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장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점"이라며 "배우자 불륜으로 인한 민사소송 시 위자료를 현행보다 몇 배 더 부과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헌 의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형벌권 과잉행사"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7명 재판관의 의견은 크게 세가지이다.

▲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 ▲ 개별성과 특수성을 배제한 일률적 처벌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다(김이수 재판관) ▲ 간통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일률적인 징역형 부과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강일원 재판관)

 

박한철 재판소장 등 재판관 5명은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선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전제했다.

 

재판관 5명은 "비도덕적인 행위라 해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을 명백히 침해하지 않는 경우엔 국가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5명은 더 이상 형법인 간통죄로는 예방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들은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청구, 손해배상청구, 자녀양육권·면접교섭권의 제한 및 배제 결정으로 인한 불이익, 재산분할청구 등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며 "오히려 간통죄가 책임이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간통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론냈다. 이진성 재판관은 "간통죄를 폐지하는 한편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청구, 자녀양육, 면접 등에 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새로 강구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 조문이 사건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와 성적 성실의무가 없는 미혼인 간통 상대방 등도 일률적으로 처벌하도록 한 데에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간통 사실을 알면서도 혼인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간통행위를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는 형법 241조 2항 소추조건에 대해 "개념이 명확치 않아 국민이 국가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징역형만 규정한 데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합헌 의견] "폐지 뒤 성도덕 문란, 가족공동체 해체 우려"

남은 이정미·안창호 2명의 재판관은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서 우리 사회 전반의 성도덕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앰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간통제 폐지 이후의 상황을 우려했다.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현행 민법상의 제도나 재판실무에 의하면 이혼의 경우 가정 내 약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이혼으로 인한 자녀양육 책임과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오로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고, 간통죄로 인해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제도가 보장됨에 반해 행위규제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에 불과하다"며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헌재가 위헌결정함에 따라 형법 241조 간통죄는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간통죄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받았던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은 재심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재판을 진행중이거나 기소된 상태인 사람들에 대해선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게 된다.

 

지에스아이뉴스/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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