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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故박용옥 여사, 영면과 함께한 마지막 내조
기사입력  2015/02/26 [09:53] 최종편집    광주전남협회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5일 64년간 함께한 반려자 故박용옥 여사를 영원히 떠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2008년 발병한 뇌졸중 후유증으로 불편해진 몸을 휠체어에 의지해 가며 부인의 마지막 길을 바라보는 김 전 총리의 표정은 내내 침통했고, 노제 때 올리는 마지막 술잔을 가누지도 못할만큼 흔들렸다.

 

더욱이 김 전 총리는 영정이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을 한 바퀴 돌아 나가는 순간에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마지막 길을 봐야지”라며 화장장까지 동행을 고집했다.

영면 전 김 전 총리와 함께한 64년의 삶을 굳건히 지켜준 故박용옥 여사와의 애틋한 마지막 입맞춤은 희대의 로맨티스트로 칭송되어지고 있다.

 

먼저 아내를 보낸 로맨티스트 입장에서는 큰 슬픔으로 가슴이 아려 올 것이다.

그러나 근대사에 한 획을 그은 노정객이 부인상을 빌어 세상을 향해 당부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 배려가 아니었나 싶다.

 

문상객을 일일이 맞으며 ‘정치 9단’으로 돌아와 후배 정치인들에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박 여사를 추모하고자 당을 떠나 조문한 많은 정치 인사들의 모습 속에서 대한민국 근대정치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역사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아울러 김 전 총리는 아내 앞엔 자상한 남편이었지만 정치 후배들에겐 날카로운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어. 실업(實業)은 실업하는 사람이 열매를 따먹는 게 실업이고. 정치인이 열매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 그 정치인이 먹는 것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허업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길이 없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영원한 2인자'로 살았던 김 전 총리가 아내의 죽음 앞에서 "부인들 잘 쓰다듬어 주시오. 아무 소용없어. 억만 금이 있으면 뭐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득실을 떠나 앞 다퉈 노장을 찾은 정치인들이 김 전 총리의 마음과 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故박용옥 여사는 자신의 인생의 뒤안길을 김 전 총리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마지막 내조로 기억될 것이다.

 

뉴스깜/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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