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가 10년 넘게 방치돼온 옥암지구 대학부지의 용도변경 절차를 재추진하면서 ‘변별력 없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비난이 일고 있다.
일조권이나 난개발의 이해당사자인 인근 한국 아델리움, 골드 클래스, 한라 비발비 1500여 세대 주요 주민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시민 전체로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목포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주도하려는 ‘꼼수’라는 지적 때문이다.
23일 시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대학부지 19만6793㎡(5만9530평) 중 약 3분의2(4만여 평)를 준주거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용도변경의 당위성과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난 3개월에 걸쳐 여론조사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부지는 옥암동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목포시민 전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 시민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전문가와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활용방안에 대한 2차 설문조사를 지난달 31일 마무리 됐다.
시민 4000명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7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87.3%가 ‘개발 필요’에 찬성했고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단 6.6%에 그쳤다. 필요시설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서는 문화시설이 34.7%로 가장 많았고 편의시설(20.1%), 교육시설(18.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옥암․부주동 주민은 229명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의회 노경윤 의원은 “설문 내용이 어려워 읽어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주민 설명회라면 목포시가 안(案)을 가지고 나와 주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구체적 안이 없어 형식적 절차를 거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인두 의원은 “설문조사가 실제로 ‘대학부지 용도변경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아니라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이곳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슨 시설이 들어오면 좋겠는가’라는 수요조사에 초점이 맞춰져 많은 사람의 동의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목포시 조사는 잘못됐으며 이번 설문조사는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목포문화연대․목포환경운동연합․목포포럼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달 14일 성명을 내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옥암지구 자연녹지에 대해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개발계획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며 “목포시장은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몰이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는 시민을 대상으로 자연녹지를 용도 변경해 의료시설을 비롯해 체육시설, 상업시설, 공공복지시설, 문화시설 등 5가지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묻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 관계자는 “고도제한과 시설제한은 정확하게 두고 추진하겠다”면서 “오는 3월 목포시의회 보고와 부주동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대학부지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연녹지 지역인 대학부지가 준주거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될 경우 건폐율은 현재 20%에서 50%로, 용적률은 100%에서 400%로 높아진다.
하지만 대학부지 용도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관련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최소 1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실제 토지 매각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매일일보/주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