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과 지역·소득별 교육격차 해소 등을 위해 지난 11일 온 국민적 관심 속에 개국한 'EBS-2TV' 방송을 정작 공동주택(아파트) 등에서는 볼 수가 없어 시청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전남 나주지역 아파트 입주자들에 따르면 EBS-2 채널의 시험방송 기간인 지난 10일까지 디지털 방송 채널 '10-2'로 멀쩡하게 나오던 방송이 정작 개국일인 11일부터는 신호가 잡히지 않은 채 먹통이다.

이 같은 현상은 'TV수신 환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해당지역 아파트의 경우 지역 케이블TV 유료 가입을 통해 90% 이상이 지상파 방송 등을 시청하고 있다.
최근 개국한 'EBS-2'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상파 다채널(MMS) 방송으로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어디서나 시청이 가능하다고 EBS측은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케이블TV 방송협회가 'EBS-2TV'의 지상파 재송신을 '기술적 오류 발생'을 이유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출 중단 사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사업자간 MMS 채널 확보 경쟁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둘러싼 다툼이 요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도시 지역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부모들과 과도한 사교육비에 신음하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개국과 동시에 맞고 있는 'EBS-2의 송출 중단' 사태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행 방송법상 케이블TV 사업자가 의무 재송신 해야 될 채널은 KBS-1과 EBS-1 채널 2개로 국한돼 있다.

지상파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EBS-2'는 기존 EBS-1 채널에 들어가 있어 새로운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 재송신 채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케이블TV 방송협회 측은 EBS-2는 현행법상 의무재송신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재송출을 해야 할 법적인 의무도 권리도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방송 때 초·중등생들의 사교육비 절감을 실현할 것처럼 자막을 내보냈던 EBS-2는 졸속 개국과 정부의 애매모호한 방송법 정책, 방송사업자간의 의무 재송신 다툼으로 시청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주의 한 아파트 입주민 정모(43·여)씨는 "봄방학을 맞아 유익한 콘텐츠가 많은 EBS-2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동 채널설정, 수동설정 등을 수차례 해 보았지만 허사였다"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익적 채널을 놓고 사업자간에 언제까지 싸움만 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아파트 등 일반 가정의 케이블TV 가입자들이 'EBS-2'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별도의 실내 안테나를 구입해 설치하거나, EBS홈페이지 인터넷 방송, 스마트 폰 모바일에 앱을 설치해 시청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경양일보/정윤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