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잘 파놓은 우물 하나, 7개 마을주민이 덕 봐 | [KJA뉴스통신=박기철 기자] 영암군 서호면 엄길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전태영 씨는, 최근 기록적 폭염에도 농업용수 걱정이 크지 않다. 무더위에도 깨끗한 물을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다.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낮도 마찬가지. 기온이 오르자 전 씨는 커다란 물통이 실린 1톤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섰다.
인근 효성마을의 관정에서 한 번에 20분 정도 물을 받아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1ha 밭에 서너 차례 뿌렸다. 시들하던 작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탱탱하게 살아났다.
4년 전부터 이곳의 물을 이용하는 전 씨는, “주로 7~9월에 많이 이용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깨끗한 물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이 관정 물이 딱 적당하다. 요즘은 하루에 4~8톤을 길어가는데, 이 우물이 생긴 뒤로는 폭염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정은 유태경 서호면 이장단장의 소유지만, 전 씨의 경우처럼 가까운 7개 마을주민이 함께 쓰고 있다. 유 단장은 가뭄이 심했던 2020년 전라남도와 영암군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살고 있는 효성마을에 3마력짜리 지하수 관정을 개발했다.
그는 “과거 다른 곳의 관정을 이용할 때 눈치를 보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런 불편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관정을 계획할 당시부터 개방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 단장의 바람대로 관정의 물은 다양한 사람들이 알뜰살뜰하게 쓰고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농업용수로, 봄과 가을에는 가로수·화단 정비와 산불 진화용 소화수로 여러 마을주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유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농업용수로 이용하니 기쁘고 보람도 된다. 이용하는 분들이 자기 것처럼 깨끗이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암군은 유 단장의 물 나눔을 돕기 위해 관정 주위에 무더위쉼터를 설치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가뭄 해결을 위해 설치한 관정의 물 나눔이 옛 마을공동체의 상부상조하던 미담을 재현하고 있다. 다른 영암의 관정들도 유 단장님의 우물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개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년 8월 현재 영암군의 관정은 총 3,270개다. 영암군은 과수·채소 등 원예특작 농가에 보조사업으로 관정 설치비의 50%를 지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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