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A뉴스통신] ‘느와르’는 프랑스어로 ‘검정, 음산한, 어두운’이라는 뜻이다. 16살 김유진 학생은 소설을 쓰기 전 흔히 말하는 조용한 아이였다.
428쪽 분량 장편소설을 완성한 후 그는 달라졌다. 혼자 식판을 들기도 벅찬 2급 지체장애는 그대로다. 표정이 살아났다. 그는 이제 밝게 웃는다. 학교에선 이미 ‘스타 작가’로 통한다. 그로 인해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학생들이 대폭 늘었다. 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개최한 학생저자 출판축제에선 제법 주목을 받았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단 둘이 사진도 찍고 격려도 받았다. 첫 장편소설 ‘느와르’가 가져온 변화들이다.
소설 ‘느와르’는 ‘악은 선을 알지만 선은 악을 모른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로 시작한다. 이후 천사와 악마, 왕과 제국, 기사단의 비밀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주인공의 ‘썸’은 보너스. 소설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넓다. 한 번 들어가면 마음껏 헤맬 수 있는 ‘작가의 깊이 있는 정신세계’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책쓰기 동아리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 쓰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가 많았지만 책 한 권을 완성하고 출간하게 돼 기쁘다. 책 쓰기 활동을 통해 희망을 찾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
김유진 학생이 속한 광주효광중 책쓰기 동아리 ‘문득’에선 학생 13명이 책 출간을 목표로 집필 활동을 같이 펼쳐왔다. 올해 학생 출판 축제엔 ‘느와르’를 포함해 신간도서 6권을 내놨다. 스타 작가의 존재는 학교 분위기 자체를 바꿨다. 학생들 사이에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문득’은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느와르’ 외에 ‘여우비’, ‘비밀’, ‘이 세상 어딘가에’, ‘달은 언제나 머리 위에’, ‘작은 지식의 서’ 등 5권의 소설집과 1권의 인문교양서를 출간한 광주효광중. 효광중 진영 교장은 “학생들이 몸이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어려움이 많은 가운데서도 꾸준한 노력과 고민의 산물로 도서를 출간하는 성과를 이뤄 흐뭇하고 대견하다”며 “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매우 크다. 책 쓰기 경험은 자존감 향상, 교우 관계 개선 등 인성교육의 효과를 거두고 있어 앞으로도 책 쓰기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효광중 학생들은 김 작가를 두고 “그는 우리에게 ‘희망’이다”고 말했다. 김유진 학생은 “작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작가의 첫 소설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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