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KTX)의 서대전역 경유 여부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청와대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지역정치권과 관가 등에 따르면 코레일이 제출한 호남KTX의 서대전역 경유안(案)에 대해 국토부가 용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호남 및 충북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국토부에서 열린 관련 지자체 부단체장 회의에서는 호남KTX의 서대전역 경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남KTX가 서대전역 경유를 하되, 편수를 줄이는 방안이 국토부와 코레일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코레일이 지난달 6일 호남KTX를 주 중 운행 횟수 74회 중 16회, 주말 82회 중 18회에 대해 서대전역을 경유하기로 했던 것을 각각 2회씩 줄여 주 중 14회, 주말 16회 운행하겠다는 운영 계획 수정안을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토부가 코레일에 운영 계획을 보완해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사실상 서대전역 경유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29일 뒤늦게 광주시를 전격 방문해 윤장현 광주시장을 만난 여형구 국토부 제2차관은 "정부가 코레일이 제출한 안을 참고해 여러 자치단체의 여론수렴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정부가 향후 계획을 결정하면 이해와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여 차관의 `이해와 협조'란 발언에 대해 코레일안대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여 차관을 수행한 국토부 한 관계자도 "수익성을 고려한 코레일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호남과 대전이 같은 라인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언론이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등 사실상 코레일안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호남KTX 경유지 논란에는 대전 출신의 여 차관, 내년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 박근혜 대통령 캠프출신인 서승환 국토부장관 등의 공조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코레일이 국토부의 산하기관이라는 점에서도 두 기관의 공동 보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코레일을 넘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혜자 광주시당 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 노영민 충북도당 위원장, 광주 출신 김동철 의원은 지난달 28일 청와대를 방문, 안종범 경제수석과 면담을 하고 서대전 경유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호남지역 지방의원들 역시 청와대에 이같은 실상을 적극 알리는 등 대정부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호남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은 2일 상경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호남KTX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조영표 광주시의회 의장 등 호남지역 광역의회 의장들은 항의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1인 시위 및 삭발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혜자 의원은 "코레일의 계획대로 노선안이 결정되면 최연혜 사장에 대해 정치적 의혹이 국토부장관과 대통령으로까지 튈 수 있다는 게 호남지역 민심이다고 서승환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정훈 의원도 "10여년간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재정법상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국가사업을 코레일이 독자적으로 바꾸는 것은 정치적 의도 아니면 해석이 안된다"며 사실상 청와대 차원의 진상조사와 사태 해결을 주문했다.
한편 호남권 시도지사와 정치권,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는 당초 안보다 45분 추가 소요되는 안으로 사실상 호남고속철도를 저속철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실질적인 고속철도를 바라는 호남 시도민의 여망에도 배치된다"며 서대전역 경유 반대 입장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남일보/정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