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도기박물관, 특별전 '도자, 그림을 그리다' 개최 |
[KJA뉴스통신=박기철 기자] 영암도기박물관은 벚꽃이 만개한 봄을 맞아 3차원의 도자기를 회화적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도자, 그림을 그리다'를 오는 3월 30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3차원의 도자기를 캔버스로 활용하거나 회화적 요소를 차용한 혁신적인 작품들이며, 참여작가는 구경모, 김은정, 서희수, 이승희, 이태호, 최성재, 최수미 이다.
구경모는 자연의 생성물인 흙과 광물을 소재로 다양한 평면과 입체적 작업을 시도한 작품을 선보인다. 1,220~1,300℃로 고온초벌한 도판 위에 다양한 유약을 붓고 철가루를 뿌려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 작업한다. 도판이 천천히 수분을 흡수하는 동안 유약이 움직이고 섞여 자연스러운 문양이 표현된다.
김은정은 원형의 평면 세라믹판을 캔버스로 삼아 식물들의 각 부분을 가져와 본을 뜨고 조합하여 제작했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는 일반적인 회화작품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방향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습을 선사해 주어 독특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서희수는 붕대라는 소재로 치유와 위로를 표현했다. 흙물을 입힌 붕대 여러 겹을 겹쳐 만든 흙 띠를 휘고 꼬고 서로 붙이거나 잘라 매듭을 감은 등 형태를 만든 후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 작품을 완성했다. 붕대를 통해 흙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고 불을 이용해 형태를 고정했다.
이승희는 두께 1㎝의 평평한 흙판을 만들어 그 위에 흙물을 100차례 정도 계속 부어 굳으면 두께가 8㎜ 정도 됐을 때 그 위에 붓으로 백자 그림과 문양을 그린 뒤, 배경은 칼로 얇게 깎아 입체감을 내어 전통도자의 형태를 부조로 표현하여 익숙한 느낌을 새롭게 재현했다.
이태호는 기억의 파편을 재조립하여 추억과 기억이 담긴 캐릭터 또는 물질, 동물, 인물 등 서로 관계를 맺는 대상들의 이야기를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넣는 청화백자 작업을 했다.
최성재는 편병, 사각호, 사각 편호 등 전통유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단순한 형태를 띠지만 3차원의 도자기를 마치 캔버스처럼 다양하게 활용했다. 백색 흙물을 사용하고 더 자연스럽고 강한 농담 조절을 위해 도자기를 백토 분장에 담그거나 쏟아붓는 방식을 택하며, 나뭇가지나 죽순, 수숫대 혹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림과 무늬를 그렸다.
최수미는 평면 그림 형태의 도자 작품으로 흙으로 빚은 여러 채의 집을 아기자기하게 붙여놓은 모습, 흙이라는 원료와 ‘집’의 이미지가 주는 따뜻함이 잘 느껴진다. 여느 풍경화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서정적이면서도 소소한 정서가 흐르는 작품이다.
도자 예술은 흙이라는 근원적 매체로 입체와 평면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 장르이다. 도자 예술의 근본 재료인 흙의 질감과 다양한 장식기법, 최종적으로 불에서 소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표면에 드러나는 회화적 특징은 도자 고유의 미적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도자 예술은 3차원의 회화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영암은 8~9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국내 최초의 고화도 시유도기인 구림도기가 출토된 곳으로 창조적인 사고로 기술의 혁신을 이뤘던 장인들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 작품의 입체적인 공간감과 조형미를 넘어, 고유의 질감과 소성과정에서 얻어진 깊은 색감 등 독특하고 다양한 도자 예술의 회화적 혁신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암도기박물관 관계자는 “구림도기에서 행해진 새로운 시도는 시간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조형으로 현대의 도예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며, 전통 도자의 현대적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현대 도자의 다양한 시도와 확장성은 고대 영암지역 장인들의 시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전한다.
'도자, 그림을 그리다'전은 올해 9월 말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봄에는 벚꽃 만개한 영암도기박물관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