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A뉴스통신=변주성 기자] 정월 대보름날인 2월 5일 일요일 오전 10시, 진도군 임회면 굴포마을에서는 ‘2023 굴포당제-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가 열린다.
굴포당제는 보통 마을에서 열리는 당제와 달리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마을의 평안을 바라는 일반적인 동제 의식에 덧붙여 남도 인문학의 대가인 고산 윤선도 선생의 보은에 대한 ‘감사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굴포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굴포 간척지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신동・백동・남선마을 주민들이 합동으로 당제를 지낸다.
4개 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고산 윤선도 선생’에 대한 감사제를 지내는 이유에는 조선 갯벌 간척의 역사가 꿈틀거리고 있다.
조선 후기, 해남윤씨가에서는 바다 갯벌에 제방을 쌓아 농토를 만드는 해언전(海堰田) 개발에 집중했다. 1640년대 후반경 고산 선생은 진도 굴포로 들어와 높이 3미터, 길이 380미터의 방축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토가 부족했던 농민들은 간척지를 불하받아 ‘고품질 갯벌쌀’을 생산하며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 굴포 간척으로 농민들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신동’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해남윤씨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에는 ‘굴포전답곡기(窟浦田畓穀記)’와 같은 추수기(秋收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굴포에서 농사를 짓던 강씨 등이 소작료가 비싸다며 탄원한 ‘소작쟁의’가 기록돼 있기도 하다.
고산 선생이 10살 때인 1596년 굴포에서 소작료를 받아간 기록으로 보면, 굴포만 간척사업은 그의 조부인 윤의중(1524~1590) 때부터 시작해 1640년 후반경 고산 선생이 완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산 선생은 1640년대 후반 둑을 완성하고 1674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굴포마을을 비롯한 4개마을 주민들은 적어도 350여 년 동안 감사제를 열며 선생의 은덕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오전 10시, 굴포마을회관에서 들당산굿을 시작으로 윗당으로 올라가 ‘굴포당제’를 지낸다. 굴포마을을 수호하는 조상신들에 감사의 예를 올리는 동제다. 이어 풍물패는 마을샘에서 샘굿을 하고, 윤선도 선생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고택으로 가서 터밟기굿을 한다. 동시에 마을 삼거리에서는 제관들이 거리제를 지내며, 풍농풍어를 기원한다.
터밟기와 거리제가 끝나는 오전 11시부터는 고산 선생이 막았다는 고산둑을 걸어가며 질굿을 치고, 아랫당인 윤선도 선생 사당 ‘고산사’에 도착해 당제를 지낸다.
고산사에서 치르는 당제는 ‘고산 감사제’라 불린다. 굴포・신동・백동・남선 등 4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고산 윤선도 선생의 은덕을 기리고, 4개 마을의 평화와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당제가 끝나면, 4개 마을 주민들과 풍물패, 굴포당제에 참여한 인사들이 한 데 모여 음복과 덕담을 나누며 뒤풀이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한다.
한편, 4개 마을 대표단은 올해 굴포당제-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최근 ‘굴포신동백동남선마을발전협의회’를 창립했다. 협의회에서는 마을생활환경개선, 어항개발, 농업수리시설 확충, 용등초등학교 활용 마을소득화사업추진, 고산 선생 유적 문화재 추진 등 공동체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