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어났던 끔직한 대형사고들에 대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해 벽두부터 의정부 아파트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문제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의정부 완화된 규제가 키운 사고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미 전국에 3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불이 나 다 타버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의 경우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 지어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의정부 아파트의 외벽은 '드라이비트'라는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돼 있었다. 이 소재는 값이 싸고 시공이 간편해 많이 사용되지만 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가까이 붙어있는 건물들에는 방염 난연 외장재 처리 시공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화재는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길이 차량으로 옮겨 순식간에 피해가 커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건물 1층 주차장은 늘 차들로 붐볐고 88세대나 거주하지만 주차장 면적이 협소(세대당 0.5대)해 주차 시비도 잦았다.
특히 차량 화재가 바로 주거시설로 번질 수 있는데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11층 이상의 건물이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설비만 설치돼 있었다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남는 대목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보완책으로 의무적으로 고층건물 완강기 설치 확대 등의 법 개정이 절실하다. 현행법상 완강기나 구조대 같은 피난기구는 10층 이하의 건축물에 한해 의무 설치토록 규정돼 있다. 이를 11층 이상의 고층건물에도 적용키로 하고 비상탈출로도 추가 확보하는 내용으로 11층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역시 확대하고, 소방차 진입로 확보와 관련한 규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3년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문제가 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건설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아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완강기 설치와 다른 건물로의 이동통로를 만드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듯하다. 고층건물 화재 시 안전대피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금번 화재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첫째, 건축물 외부 마감재 기준을 강화해 외벽에 단열재를 시공하는 공법이 적용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높이와 용도에 관계없이 외부 마감재를 불연재 또는 준불연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건물간 이격거리가 짧아 화재발생시 확산이 우려됨으로 안전규정 개선이 절실하고
셋째, 화재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주거시설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 설계를 바꾸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넷째, 건축물 설립에 관한 법령을 재개정할 때 화재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화재영향평가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상당수 원룸들도 화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4층 이하 원룸은 단독주택으로 분류되어 있어 소방점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상당수 원룸들이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기초소방시설마저 갖추고 있지 않아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의정부 화재사고에서 보듯 허술한 외벽공법과 건물 간 좁은 간격 등이 화를 키워 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다시 한번 불의 무서움을 알고 건물관계인의 자발적인 시설물 설치 등 화재안전을 위해 솔선해야 할 것이다.
(담양소방서 예방안전담당 정병용)
KJA뉴스통신/정명희 기자